[루머와진실] 개별소비세의 역설…병행수입 샤넬백이 더 비싼 이유는?

 

http://sbscnbc.sbs.co.kr/read.jsp?pmArticleId=10000646834    동영상 URL

[루머와진실] 개별소비세의 역설…병행수입 샤넬백이 더 비싼 이유는?

■ 이형진의 백브리핑 시시각각

<앵커>
정부가 병행수입활성화에 소매를 걷어붙이면서 의류에서 자동차 부품까지 병행수입 바람이 거셉니다.

누차 말씀드렸듯이 병행수입의 핵심은 기존 독점 수입 제품보다 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해외 고가 핸드백은 예외라네요.

오히려, 기존에 있던 병행수입품마저 자취를 감추고 있답니다.

뭔가 속사정이 있을 것 같은데 취재기자와 얘기 좀 나눠보죠.

김날해 기자,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면서 수입품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판국인데, 고가 핸드백 시장만은 병행 수입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요? 왜 그런 겁니까?

<기자>
간단합니다. 상식적으로는 말씀하신대로 병행수입한 핸드백 가격이 더 싸야 하는데 오히려 백화점에 팔고 있는 기존 독점 수입 제품의 가격이 엇비슷하거나 심지어 더 싸기 때문입니다.

<앵커>
아니, 병행수입을 허용하는 핵심이 기존 독점 수입보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 때문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죠?

 <기자>
세금 때문입니다.

올해부터 고가 핸드백에 사치세 개념의 개별소비세가 붙죠.

가방이 200만원이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20%의 세금을 더 물리는 건데 문제는 그 200만원의 기준이 판매가가 아니고, 통관 가격이란 데서 출발합니다.

통관가격은 국산가방이라면 공장도 가격 즉 출고가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샤넬이나 루이비통 공식수입원의 경우 통상 유럽본사의 공장도 가격 수준으로 수입이 되고 이 가격이 2백만원을 넘느나 그렇지 않느냐에 맞춰 개별소비세가 붙습니다.

하지만 병행수입업체는 현지에서 소매가로 사서 국내로 들여오는 가격에 즉, 현지소비자가에 수입해서 국내에서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현지에서 구입한 소비자가격이 2백만원이 넘으면 그에 따른 개별 소비세가 붙게 됩니다.

현지 공장가 수준으로 들여오는 독점 수입제품과 현재 소비자가격으로 들여 오는 병행수입제품을 놓고 볼 때 2백만원이 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제품에 따라서는 오히려 병행수입품의 국내 판매가격이 더 비싸지는 기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조금 더 쉽게 풀어보죠.

그러면 실제로 샤넬이나 루이비통백이 백화점이 더 싸다는 겁니까?

확인해봤습니까? 어떻습니까?

<기자>
제품별로 차이는 있습니다만 예를 들어드리면 샤넬빈티지 라지사이즈 영국현지 가격이 우리돈으로 590만원 정도 됩니다.

병행수입업체들은 여기에 배송비 통관수수료, 마진 등을 붙여서 국내 판매가격이 645만원 정도 됐었어요.

그런데 올해부터 개별소비세가 붙잖아요.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합해서 26%, 그러니까 89만원에다가 이걸 기준으로 부가세가 추가되니까 세금만 100만원정도 더 붙는 거에요.

결과적으로 이 가방의 병행수입판매가격은 743만원, 그런데 현재 백화점 판매가는 740만원입니다.

루이비통 카푸신 GM사이즈의 경우 현지소비자가격이 614만원정도 돼요.

이걸 병행수입업체들은 국내에서 669만원정도에 판매를 했었는데 개별소비세가 부과된 이후 세금을 80만원정도 더 내게되니까 754만원으로 올렸거든요.

그런데 백화점 판매가는 726만원으로 30만원 정도 더 쌉니다.

백화점이 더 싸거나 가격차이가 몇만 원 안날 경우 소비자들로선 병행수입을 택할 이유가 없죠.

때문에 상당수의 병행수입업체들은 개별소비세 대상 품목에 대해서는 취급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국내 시장가격이 독점품이 오히려 싸거나 비슷하단 얘기는 개별소비세가 붙은 독점품의 수입 원가가 병행수입가보다 싸거나 비슷한단 얘기인 것 같네요.

그렇죠? 그렇다면, 언뜻 생각히기에 가격이 비슷해 병행수입이 별 매력없다는 것은 사실 문제가 될 게 없는 것 아닙니까?

병행수입이라고 무조건 가격이 싸야 하는 구조는 아니잖아요? 지금 이런 지적 어떻게 생각합니까?

<기자>
예, 맞습니다.

사실 병행수입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는 독점 업체들이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지나치게 폭리를 누려왔다는 비판 때문입니다.

앵커가 말씀하신 것처럼 독점제품 가운데 폭리를 취하지 않는 제품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병행품과 가격에 별 차이가 없을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폭리를 취해 오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개별소비세 부과에 따른 왜곡 현상으로 병행품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려면 독점품의 수입원가가 공개돼야 합니다.

원가가 공개되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소비자가격의 차이와 마진이 공개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개별소비세 때문에 병행품이 가격 경쟁력이 없어진 것인지? 독점품이 폭리를 취하는 것인지? 아닌지? 등을 낱낱이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원가는 비공개 대상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럼 또 궁금해지는 것이 명품브랜드들이 유럽본사에서 한국지사로 제품을 넘겨 줄 때, 가격을 낮게 신고하면 개별소비세를 안 내거나 덜 낼 수 있는 것이고 이런 식으로 병행수입품에 대한 가격경쟁력을 적절히 유지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런 가정, 어떻다고 보십니까?

<기자>
논리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이렇게 본사에서 지사로 넘겨지는 가격을 이전가격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특수관계 법인끼리의 거래가격은 관세청이 감시를 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개별소비세 적게내자고 이전가격을 갑자기 낮춰 신고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만 장식이나 컬러가 약간만 바뀌어도 모델명이 바뀌거든요.

과거 사례로 봤을때 일부 수입사들이 이런 허점을 이용해 모델명을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수입가를 낮춰 세금을 줄이고도 정작 판매할 때는 개별소비세를 핑계로 판매가격을 올린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얘기죠.

<앵커>
이번주에 정부에서 병행수입활성화대책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이런 상황을 알고는 있는 겁니까? 어떻습니까?

<기자>
알고는 있습니다만 대책은 없습니다.

기획재정부는 개별소비세 자체만 놓고보자면 공장도가격이나 수입신고가격을 기준으로 하는건 어느나라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국내 병행 수입 업체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기위해 세법을 손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결국 명품백을 우리 소비자들은 한푼도 깎지 못하고 고스란히 비싼 돈 다내고 사야한다. 뭐 이런 얘기인거죠?

<기자>
그나마 있던 병행수입업체들까지 없어지니까 명품업체들의 독점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국세청과 관세청을 출입하고 있는 김날해 기자였습니다.

최종편집 : 2014-04-08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