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지자 소비세 정책… 병행수입상 울상

국민일보

[비즈카페] 갈지자 소비세 정책… 병행수입상 울상

입력 2015-11-2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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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오락가락 개별소비세 정책에 병행수입업체들이 울상이다.

샤넬 등 명품 가방을 병행수입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김모(36)씨는 지난 8월 숙원(宿願)이 해소되는 것만 같았다. 정부가 가방, 시계, 귀금속 등 7개 품목에 대해 수입원가가 500만원 이하면 개소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개소세는 사치성 품목 등에 물린다. 기존에는 이들 제품의 경우 200만원이 넘는 금액의 20%를 부과했다. 이 때문에 병행수입업체들은 수입원가가 200만원이 넘는 제품은 명품 직영점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낮아 판매가 쉽지 않았다. 이 기준이 500만원으로 높아지면서 판매할 수 있는 품목이 늘어난 셈이다.

김씨는 개소세 인하 조치를 제품 가격에 반영했다. 샤넬 퍼펙트 엣지백은 445만원에서 404만원으로, 샤넬 원체인클러치백은 379만원에서 343만원으로 인하하는 등 제품 가격을 약 10∼15% 내렸다. 다른 병행수입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매출이 2.5배 정도 늘자 직원 채용 등 투자를 늘릴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세 달 만에 김씨의 부푼 꿈은 사라져버렸다. 정부는 명품 브랜드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며 24일 국무회의에서 가방, 시계 등 5개 품목의 개소세 인하 조치를 없던 일로 만들었다. 김씨는 26일 “인하된 가격으로 주문을 받았는데 다시 개소세를 내야 해 가격을 올렸더니 반품해 달라는 고객이 많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한국병행수입업협회 공병주 대표는 “개소세 원상 복귀는 명품 브랜드 업체 같은 독점수입업자에게 수혜를 주는 조치”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병행수입을 활성화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결정 과정에서 병행수입업체의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병행수입업체들은 보통 영세하고 시장 점유율이 낮아 가격 인하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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