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수입 통관 표시만 보고 제품 진위 판단은 안돼요

http://www.kihoilbo.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655881

수원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45)씨는 2년 전 지인에게서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에서 구매한 30만 원 상당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허리띠를 선물받았다.

비록 병행수입물품이었지만 백화점에서 구매한 만큼 정품으로 믿고 있던 그는 최근 허리띠가 반으로 갈라지는 상황이 발생하자 가짜인지 의심하게 됐다.

김 씨는 “백화점에서 산 만큼 정품이라 믿고 싶지만 해외에서 구매해서 수입한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며 “지인이 호의로 선물한 것인데 웃지 못할 상황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백화점에 입점한 멀티숍에서 고가의 명품 제품을 구매할 경우 정품으로 착각하는 등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23일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에 따르면 백화점 내 럭셔리뷰틱 매장에서는 병행수입한 ‘구찌’, ‘페라가모’, ‘발리’, ‘끌로에’ 등 브랜드의 구두, 허리띠, 지갑, 가방 등을 취급하고 있다.

갤러리아는 제품에 통관인증제도를 거친 ‘병행수입물품 통관표지’만 붙여 판매하고 있을 뿐, 병행 제품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아 이를 ‘정품 인증’으로 오해하는 소비자가 대다수다.

관세청 관계자는 “통관인증제도는 공식적인 통관 절차를 거친 물품임을 뒷받침해 주는 성격일 뿐 물품 자체가 진품인지 혹은 가품인지를 가려내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병행수입에 대해 미리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는 백화점의 태도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갤러리아 럭셔리뷰틱 관계자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모두 병행수입제품들이지만 따로 손님들에게 알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무역업계와 전문가들은 ‘병행고지의무’에 대해 지적했다.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아웃렛도 아니고, 백화점에서 병행수입제품을 파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이러니일 것”이라며 “특별한 설명이 없거나 병행수입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정품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손기윤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업체가 병행수입물품을 판매할 때 국내 A/S가 되지 않는다는 등의 표기 혹은 표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게끔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 소속 병행수입위원회(TIPA) 회원으로 가입한 병행수입업체를 통해 수입한 제품으로, 가품일 경우 전액 보상받을 수 있다”며 “병행수입제품 고지가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잘못이 있어 고객의 불편이 발생하게 된다면 고칠 것”이라고 해명했다.

양진영 기자 camp@kiho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