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소비자 덕분에 몸집 불린 외국계기업…번돈 대부분 해외로 보내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한국 소비자들 덕분에 해마다 매출이 쑥쑥 늘어난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에서 번 돈의 대부분을 배당금과 각종 로열티 명목으로 해외로 유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스포츠웨어업체 아디다스코리아가 지난 10년 간(2006~2015년) 한국에서 올린 누적 매출액은 5조4천16억 원에 달한다.
매출 규모가 2006년 2천170억 원에서 2015년 8천974억 원으로 10년새 231%나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출고가 기준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에서 번 돈의 대부분은 배당금과 로열티 명목으로 해외로 빠져나갔다.
아디다스코리아는 독일 ‘아디다스AG’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로열티에 해당하는 상표 사용료와 국제 마케팅비 명목으로 각각 매출의 10%, 4%를 지급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로열티로 지급된 돈만 6천935억 원이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1조 원을 돌파했으므로 로열티도 최소 1천4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년 새 누적 배당금도 4천500억 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에 당기 순이익이 5천530억 원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중 8할을 ‘배당잔치’에 쓰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담배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는 필립모리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2006년 2천234억 원이던 필립모리스코리아의 매출은 10년 만인 2015년에 8천108억 원으로 262% 급증했다.
10년간 누적 매출액은 5조2천억 원, 당기순이익은 1조2천억 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당기 순이익보다 2천억 원이나 많은 1조4천억 원이 배당금으로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로열티로 본사가 챙겨간 금액도 10년간 4천400억 원에 이른다. 로열티 비율은 매출의 6~12%로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한다.
매출 성장세보다 로열티 금액이 훨씬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곳도 있다.
일본계 SPA(제조·유통 일괄형)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 감사보고서를 보면 2006년 회계연도(2006년 9월 1일~2007년 8월 31일)에 340억 원이던 매출은 2015년 회계연도에 1조1천822억 원으로 34배 급증한 데 비해 로열티는 무려 100배 이상(2억3천만 원→248억 원)으로 뛰었다.
매출의 5% 정도를 로열티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타벅스도 지난 10년간 로열티가 54억 원에서 387억 원으로 불어났다.
스타벅스의 경우 매출액이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만큼 로열티 역시 이보다 더 늘어난 500억 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기업들의 과도한 배당금 및 로열티 책정은 세금 회피 목적으로 국내 이익분을 빼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너나 할 것 없이 한국에서 번 돈을 ‘회수’하기에 바쁜 외국계 기업들은 예외 없이 기부 등 한국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데는 인색하다.
스타벅스는 2015년 매출의 0.15%(12억4천만원) 정도를 사회에 환원했고, 아디다스와 필립모리스 두 기업의 기부금은 각각 매출의 0.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1조 원 이상을 벌어들인 유니클로는 2015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상 기부금이 아예 ‘공란’이었다.
거액의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는 논란이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KCMI) 연구위원은 “과도한 로열티를 책정한다는 것은 좋게 말하면 절세이고, 나쁘게 말하면 세금 회피”라며 “미국의 경우 동종 업계보다 지나치게 로열티가 높은 기업의 조세 회피가 의심되는 경우 실질 과세를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실질 과세 관련 근거 규정이 있어도 실제 집행은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분명 조세회피 수단으로 이용될 여지가 있는 데다 국내외 기업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과세당국도 ‘로열티의 적정선’에 대해 선제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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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3/27 06:1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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