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가방-신발은 전안법 인증대상서 제외해야”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의 국가통합(KC)인증 대상에서 생활용품을 제외하자는 주장이 국회에서 나왔다. 옷, 가방, 신발 등 위해성이 적은 생활용품은 안전 인증을 자율에 맡겨 영세업자들의 부담은 덜되 소비자들에게 관련 정보는 제공하자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16일 ‘전안법 시행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이런 의견을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가정용 섬유제품의 경우 판매업자가 아닌 원단 제조업자가 KC인증을 받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판매중개업자, 구매대행·수입대행업자가 KC인증을 확인해 인터넷 등에 올려야 한다고 규정한 것도 과도한 규제라고 봤다. KC인증을 증빙할 서류 확보가 불가능한 병행수입업자는 정품인증제(수입유통이력제, 사후관리 등)를 안전관리 대안으로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생활용품 제조업체의 KC인증 서류 보관 의무는 물론이고 KC인증 표시 의무까지 없애자고 제안했다. 제품 안전성 조사 및 리콜 규정을 담은 ‘제품안전기본법’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의무를 없애는 게 어렵다면 수제(手製)품, 공예품 등 위해성이 적은 제품이라도 생활용품에서 제외해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1월 28일부터 시행된 전안법은 기존 ‘전기용품 안전법’와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한 것이다. 전기용품에 적용하던 안전관리제도를 생활용품에도 적용해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전안법은 시행 전부터 영세 의류업자와 온라인 판매업자, 병행수입업자 등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 법에 따라 옷, 가방, 신발도 반드시 KC인증을 받아 관련 서류를 직접 보관하거나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하는데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KC인증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예를 들어 옷의 위해성은 옷감에 달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전안법은 원단 제조업체, 의류 제조업체, 판매업체 중 누가 인증 비용을 내야 하는지 뚜렷하게 정해 놓지 않았다.

이런 문제들이 곳곳에 있다 보니 전안법 시행 전후로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는 수천 건의 전안법 민원이 접수됐다. 결국 국회는 이달 2일 전안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KC인증서 보관·게시·확인 등 일부 의무조항의 적용 시점을 올해 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예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대두될 문제라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입법조사처의 이번 보고서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4당 원내대표의 전안법 개정 논의를 앞두고 일종의 ‘가이드라인’ 성격의 대안이 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한편 바른정당은 3월 임시국회에서 전안법을 폐지하겠다는 당론을 내놨다. 바른정당 정책위원회는 15일 “현장 의견 수렴 없이 졸속으로 처리돼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된 전안법을 폐지하되 동시에 안전을 담보하는 법안을 재정비해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도 “현실에 맞지 않는 너무 과한 규제”라며 일찌감치 전안법 폐지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전안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지난달 전안법 개선 공청회에 불참했던 자유한국당은 아직 공식 견해를 내놓지 않고 있다.